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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투표제도

세계적으로는 정말 각양각색의 투표제도

📌프랑스 대선 : 1차는 가슴, 2차는 머리?

프랑스는 ‘결선 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결선 투표제는 1차 투표를 하고, 일정 득표율을 넘긴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후보 몇 명만 추려 2차 투표를 하는 제도예요.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50% 초과) 득표자가 없으면 1위와 2위 후보만 놓고 다시 2차 투표를 해요.

프랑스-투표제도

프랑스는 최근 대선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75%를 넘기고, 80% 이상 투표율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던 나라예요. 참여도가 매우 높은 편인데요, 이렇게 대선에 관심이 많은 나라에서 결선 투표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프랑스 선거에서 종종 나타나는 건 1차 투표보다 2차 투표에서 1, 2위 후보의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이런 현상의 원인은 ‘앵그리 보트(Angry Vote·분노 투표)’, ‘항의 투표(Protest Vote)’ 등으로 불리는데요, 말 그대로 현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항의가 드러나는 투표라는 거죠. 그래서 1차 투표에선 조금 더 극단적이고 이념 성향이 뚜렷한 후보에게 표가 쏠렸다가, 막상 2차 결선 투표에선 다소 중도적인 사람을 찍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프랑스인의 성향을 두고 ‘1차에선 가슴으로, 2차에선 머리로 투표한다’는 상징적인 표현을 쓰기도 해요.

1·2차 다르고 '행운의 승리'도 만든 투표제

가장 최근인 2017년 대선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났습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24.01%를 기록해서 2위(21.3%), 3위(20.01%), 4위(19.58%) 후보들에게 어려운 승리를 거뒀어요. 2위 후보는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정치인이었고, 3위 후보는 보수정당(우파) 후보였어요. 4위 후보는 극좌 성향이었죠. 1차 투표에선 1~4위 후보 득표율 차이도 크지 않았고, ‘색깔이 뚜렷한 표’가 많이 나온 거예요. 

하지만 막상 결선 투표에선 중도파로 불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65.78%의 득표율로 가볍게 승리했어요. 2위 후보는 34.22%의 득표율에 그쳤죠. 정치권에 분노한 ‘가슴’으로 성향이 뚜렷한 1차 투표를 했던 많은 사람들이 2차 투표에선 온건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조금 오래된 2002년 프랑스 대선은 결선 투표제가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사례로 남아있어요. 당시 프랑스 여론은 진보 성향(좌파)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그래서 일단 결선 투표에만 진출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많은 진보 진영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선거에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진보 성향 후보자들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정작 결선에 오른 건 보수 성향(우파) 후보(19.88%)와 극우파 후보(16.88%)였어요. 실제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받은 표는 60%를 넘었지만, 결선에는 아무도 진출하지 못한 거예요.

막상 이렇게 되니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두 후보자 중 비교적 온건하다고 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이 선거는 유례없이 높은 82.21%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을 만들었어요. 언론은 ‘행운의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결선투표제, 장단점이 뭐야?

결선 투표제는 1차 탈락한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의 뜻도 결선투표에서 1, 2위 후보자들 표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종적으로 당선에 반영되는 표수가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당선자라도 과반(50% 초과)을 득표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결선 투표를 하면 결국 더 높은 득표율로 당선이 되니 ‘사표(죽은 표: 당선에 영향을 주지 못한 표)’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거죠.

하지만 선거 절차가 번거롭고, 막대한 선거 비용을 2회나 써야 한다는 점은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혀요. 우리 정부가 이번 대선에 쓰는 비용만 4000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한 번 더 투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죠. 결선 투표제는 다른 투표 제도와 마찬가지로, 이외에도 많은 장단점들을 가진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호주 대선 : ‘순위 매기기'는 필수!

오는 5월 총리선거를 앞두고 있는 호주는 세계적으로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선호투표제는 정말 특이한 방식인데요, 출마한 모든 후보에게 ‘순위’를 매겨야 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후보 10명이 출마한 호주 대선에서 투표용지를 받으면 10명 이름 옆에 선호하는 순서대로 1등부터 10등까지 표시를 해야 하는 거죠. 우리나라 투표에 비하면 꽤 번거로울 것 같아요.

그런데 호주는 유권자 모두가 투표를 해야 하는 ‘의무 투표제’를 시행하고 있어요. 특별한 사정없이 투표를 안 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 거예요. 이렇다 보니 대충 투표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해요. 투표율이 90%를 항상 넘기지만, 무효표도 정말 많이 나오는 이유죠. 우리나라 총선에서 나오는 무효표 비율이 보통 1~2%대인데, 지난 2010년 호주 총선에선 전체 표의 5.6%, 2013년 총선에선 5.9%나 무효표가 나왔대요.

 

당나귀가 투표를?

이런 특수한 투표제도 때문에 호주에서 선거와 관련해 많이 사용되는 말이 바로 ‘당나귀 투표(Donkey Vote)’예요. 당나귀 투표란 쉽게 말해 별생각 없이 투표하는 걸 말해요. 벌금을 내지 않으려고 투표장에 가긴 했지만 대충하고 오는 거죠. 이런 ‘당나귀 투표자’들은 투표지에 있는 후보들 이름에 순서대로 숫자를 적어낸다고 해요. 위나 아래에서부터 1, 2, 3… 이렇게 채워가는 거죠. 특히 이런 경향은 후보자 수가 많을수록 강해져요. 완전히 순서대로 투표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순서대로 마구 찍는 경우도 많대요.

당나귀투표

정부는 이런 당나귀 투표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왔어요. 원래는 후보자를 정당 이름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투표용지에 배열했는데, 1983년부터는 이 순서를 무작위로 결정했어요. 더불어 선거 관련 교육에 쓰는 예산을 늘려서 지속적으로 당나귀 투표의 영향을 줄여왔다고 해요.

 

순위 매긴 투표용지, 개표는 어떻게 해?

그럼 일일이 선호도를 매긴 투표용지는 어떻게 집계할까요? 선호투표제의 개표 방식은 ‘꼴등 표 뺏어오기’예요. 일단 모든 표에서 ‘선호도 1순위’만 집계해요. 그런데 과반을 득표한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꼴등을 한 명씩 빼면서 표를 뺏어 오는 거죠.

순위-매긴-투표용지

개표 순서를 자세히 살펴보면요, 처음엔 투표용지에 적힌 나머지 순위는 무시하고 1순위로 꼽은 표만 집계해서 과반 득표 당선자가 있는지 확인해요. 후보가 여러 명인 경우가 많으니 보통은 잘 나오지 않아요. 그럼 최저 득표자를 탈락 시키고, 최저 득표자가 1순위로 꼽힌 표들을 확인해서 이 표에 ‘2순위’로 찍힌 후보자들에게 표를 나눠줘요.

만약 그래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그다음 최저 득표자 표를 같은 방식으로 나눠요. 이러다 보면 결국 과반 득표자가 나오게 되는 거죠.
선호투표제는 앞서 말했듯 당나귀 투표와 무효표도 많이 나오고, 복잡한 집계 방식 때문에 정확한 선거 결과를 알기 위해선 투표가 끝나고도 며칠 이상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어요.

 

단점은 알겠고...장점은 뭐야?

이 밖에도 여러 단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선호투표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단순투표제(단순 다수결)나 프랑스에서 치르는 결선투표제의 단점을 일부 보완하는 면도 있어요.
후보자에 대한 순위를 미리 매겨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개표를 반복하기 때문에,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꼴등만 탈락시키면서 결선투표를 반복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사표가 적어지죠. 그래서 선호투표제를 ‘즉석 결선투표제’라고 부르기도 해요. 프랑스와 달리 한 번만 투표하고도 결선 투표를 여러 번 하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어요. 마치 여러 번 재투표 할 상황에 대비해 여러 표를 한 번에 투표해놓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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